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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합격수기

2015 부산대 합격수기

by 치버 2015. 12. 18.

시간대 별로 구성했습니다. 약간 수필 같은 느낌이니 심심하실 때 편하게 읽어주세요
 
-2013년
2014년 1월 인제대 1차서류 탈락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시 표준점수는 234. 거의 마지노선 점수라 기대를 안 했지만 토익비중이 큰 인제대라서 살짝 기대를 했었습니다. 당시 제 백분위는 물리가 98%, 유기, 화학이 80대, 생물이 50%정도였습니다. 전 물리화학부였고, 일반물리와 일반화학은 그래도 익숙한 부분이었는데, 생물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사실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물리강의만 먼저 들었었는데 내용이 꽤나 쉬워서 PEET란 시험이 막연히 난이도가 낮은 시험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친구들마저도 너는 똑똑하니까 8개월이나 1년만 준비해도 붙을 거라고 헛바람을 넣어줬습니다. 12월 말부터 준비를 시작했는데 피트를 얕잡아본 대가로 생물의 매운 맛을 봐야 했습니다. 일반생물학은 들어본 적이 없고 고등학교 생물 투까지만 들었던 터라, 많은 애로 사항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쉽게 여기는 것도 이해가 안되었었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알 수 가 없었습니다. 또, 당시에 생물만 스터디를 하였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스터디를 했다는 것이 지금 드는 제 생각입니다. 방식은 모든 내용을 빈칸이나 주관식 등으로 문제를 내어 복습하는 식이였는데, 차라리 초시자들끼리만 모여서 기출문제를 푸는 방식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생물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없어서 뭐가 중요한지도 몰랐고, 문제들은 모르는 용어나 통합적인 문제가 많아서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풀기가 싫었습니다. 기출은 어느 과목이든 아까지 말고 미리미리 푸는 게 피트문제 출제경향에 대한 감을 익히고 학습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초시 때 아쉬웠던 점은 강의 듣기에 급급해서 혼자 다시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화학은 약간 토익처럼 파워 테스트의 느낌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한 두 문제씩 잡고 천천히 풀면 풀리는 문제도 시험장에서 시간 내에 실수 없이 빠르게 풀면 틀려버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2014년
1-2 월
다시 피트를 준비하면서 의지에 불타올랐습니다. 한 번 해봤던 일이니 내 약점만 보완하면 되겠지 하며 달려들었습니다. 먼저 1,2 월에는 저의 취약 과목이었던 생물에 치중하기로 하였습니다. 대략 하루에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를 서가영 교수님의 캠밸 강의와 핵심 생물 강의를 듣고, 2두시간 정도 다른 과목을 봤습니다. 교재는 캠밸을 이용했습니다. 면접공부를 하면서 기본이 너무 안 되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4시간은 캠밸, 4시간은 핵심생물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날 공부한 것은 그날 무조건 복습을 해서 다 외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포인트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무조건 다 외우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복습은 캠밸 4시간 공부 직후에 한 번, 핵심강의 끝난 직후에 한번, 그리고 집에 가면서 머릿속으로 한 번 더 했습니다. 버스를 타거나 걸으면서 계속 되뇌며 잊지 않도록 머리에 새겨 넣으려고 애썼습니다.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은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거나 메모장에 적어놨다가 다음날 아침에 가서 바로 확인해 보는 습관도 가졌습니다. 사실 초시 때 저의 가장 큰 문제는 확실히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공부한 적 있는 부분인데 정확하게 외우지 못해 ‘있냐 없냐’, ‘A냐 B냐’ 등의 문제가 항상 저를 괴롭혔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대략 다섯, 여섯 번 정도는 같은 내용을 책을 펼쳐 꼭 확인하곤 했습니다. 앞 글자만 따서 말을 만들거나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도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내가 잘 기억하고 있는지 백지에 다 적어보았습니다. 이 부분이 꽤 중요합니다. 절대 “안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책을 여러 번 보게 되면 너무 당연하고 너무 쉬운 내용들이 계속 보입니다. 그렇다고 시험장에 가서도 그것이 헷갈리지 않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무조건 백지에 옮겨 적어서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지를 시험하십시오. 또한 백지에 적게 되면 내가 이 과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가 들어납니다. 브레인스토밍처럼 마구잡이로 적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흐름을 가지고 적을 수 있다면 지식을 뇌에 잘 정리하고 있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생물을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은 “절대” 의문을 가지지 마십시오. 생물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일반화학, 유기화학, 그리고 생물 전 범위를 공부하고 나면 그때서야 조금씩 의문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이 시기에 생물이 이해 안 된다고 짜증내거나 좌절하거나 화내지 마시고, 허허 생물 그 놈 참 신기한 녀석일세 하면서 넘기십시오. 논리가 안 통하는 사람이랑 대화할수록 짜증나는 것처럼 파고들수록 머리 아픕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절대 심화내용을 파고들지 마세요. 특히 미트 기출, 너무 분석할 필요 없습니다. 캠밸에 나와 있는 그 수준 이상으로 절대 파고 들 필요 없습니다.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파고 들면 안됩니다!!-하지만 올해는 7지선다로 난이도가 급상승 할 수도 있으니 알아서 대처를 잘 합시다. 그리고 생물은 이 시기에 문제를 많이 풀 필요는 없습니다. 보기를 만들어 넣기 위해 뒤에서 나오는 용어가 앞쪽에서 등장하곤 하는데 괜히 스트레스만 쌓이니까 거들떠 보지 맙시다. 단, 유전이나 계통수, 분자생물학 등은 좀 문제를 풀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단원들은 되려 이론은 적당선 까지 하고 문제를 많이 풀면 패턴이 파악됩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시며 바쁘신 분들은 과감하게 분자생물학과 분류를 버리셔도 됩니다. 시간대비 효율이 최악인 부분입니다. 피트 통틀어서. 내용은 정말 끔찍하게 많은데 문제 수도 적고, 문제 몇 번 풀다 보면 패턴이 정해져 있는 유형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정도 선까지만 공부하셔도 됩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사람이 이렇게 공부해서 부산대 합격했습니다. 물론 화학과 물리가 잘 나왔습니다. 그리고 특히! 물리과나 화학과 중에 머리 쓰기 좋아하는 친구들! 생물의 방대한 양에 질려서 이걸 어떻게 다 외우나 싶을 겁니다. 그런 마인드 버리십시오. 고등학교 수능 생물투랑 전혀 다른 시험입니다. 미트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추론이 가능한데, 피트는 정말 불가능합니다. 터럭같이 알고 있어야 한 문제를 맞출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그냥 캠밸 책을 통째로 외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 어떻게 외우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 생물 공부를 시작 안 했다는 것이고 8월에 생물의 악몽을 보게 될 거라는 징후입니다. 외울 수 있습니다. 다 사람이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쉽게 푸는 물리, 화학을 어렵게 푸는 것처럼, 당신도 당연히 생물에서 어려워야 하지요. 그래야 형평성에 맞지 않겠습니까. 한 두 번으로 외울 생각하지 마십시오. 최소 열 번, 열다섯 번까지는 본다고 생각해야 됩니다. 책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보지 않고 백지에 쓰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아직 초반인 이 시기에는 모두 다 한꺼번에 외우기 버거울 테니 중요한 핵심만 먼저 다 외우십시오.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으면 조교든, 생물과 친구든, 교수님께 물어보십시오. 딱딱 집어주실 겁니다.
(혹시 이 시기에 아침마다 두통이 심하신 분들은 비니나 수건, 반다나로 머리를 싸고 주무셔 보세요. 조한강 선생님께서 두피근육이 추워서 수축하면 두통으로 이어진다시네요. 저도 두통 때문에 고생했는데 실내온도를 올리거나 머리를 감싸고 자니까 두통이 사라졌습니다.)
 
3-4월
 이때까지 핵심과 캠밸로 1회전을 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부터 물리, 유기, 화학의 보수에 들어갔습니다. 전 사람이 쉽게 따분함을 느끼는 성격이라서 제가 들어보지 않았던 다른 교수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유기는, 절대 다른 사람 듣지 않는 걸 강력 권고합니다. 너무 상이한 내용으로 수업을 하시기들 때문에 재수생 여러분께서는 유기가 애초에 기초가 없었던 사람이 아닌 이상 그냥 원래 듣던 교수님 수업 들으세요. 아니면 1월부터 기본강의부터 쭉 들어야 합니다. 갈아탈 수 없는 게 유기입니다. 전 3,4월 동안 유기는 혼자 교재 복습했습니다. 사실 한 번 습득하고 나면 제일 양이 없는 과목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화학, 물리 순이 아닐까요. 유기 역시 백지에 쓰는 것도 좋지만 유기는 문제에서 낚시가 많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푸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스미스 같은 기본서의 문제들이 많이 도움 됩니다. 너무 많이서 귀찮아서 그렇지 어차피 피트 유기문제는 전부 기본서 연습문제에서 출제 되므로 연습문제를 많이 풀 것을 추천합니다.
 물리는 이론을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었습니다. 문제풀이가 중요한 과목이긴 하지만 행여나 내가 놓친 이론이나 물리적인 마인드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죠. 공식암기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물리는 한 단원당 한 두 개의 식으로 다 풀리는 과목입니다. 그래서 기본공식 유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 접근법을 많이 익히세요. 이 문제는 어떤 공식을 쓰는 것이 옳은 일인가. 왜 이 공식을 쓰면 그릇된 일인가. 아무 생각 없이 공식 때려 넣기 하고 있으면 본시험에서 피눈물 납니다. 항상 왜 이 공식은 맞고 저 공식은 안되고 이 변수 자리에 이 값을 넣는 게 정당한지를 항상 생각하세요. 또한 ‘나는 바본가봐’ 식의 생각은 버리세요. 자신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으면 발전이 안됩니다. 단지 내공이 덜 쌓여서 이해가 안되고 남들만큼 못 하는 것뿐이니 그만큼의 내공을 쌓으려고 노력하세요. 남들은 중학교 때부터 6년, 10년씩 논리적인 사고와 물리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제발 당신을 그런 사람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하지 마세요. 문제는 아무런 생각이나 사고 없이 문제에 접근을 하는 것입니다. 2년, 3년씩 해도 발전이 없는 건 이런 경우죠. 생물 공부하듯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받아쓰기하고 있는 경우. 장담합니다. 10년해도 그대롭니다. 선천적 자기 바보설에 대한 믿음은 물포자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반화학은 조한길 교수님 강의를 들으면서 득도했습니다. 모르는 게 없어졌다. 이런 느낌이랄까요. 정말 핵심까지 다 듣고 나면 이론적 의문점은 안 생깁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론을 이해하고 외울려고 하지마세요. 그냥 별표 해주시는 것만 완벽하게 암기하고 기출 문제 풀면서 거기서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면 됩니다. 해드릴 말은 문제풀이를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시기에 강의도 소름 돋을 정도로 밀리고 보강도 많고 학교 다니는 사람은 말 할 것도 없고 휴학생, 특히 인강생들은 밀려가는 강의수에 좌절할 겁니다. 그냥 연장 하시고 문제 풀이도 같이 하세요. 문제 안 풀어본 단원은 말짱 도루묵입니다. 나중에 실전 안 들어도 되니까. 천천히 확실하게 가세요. 그렇다고 너무 진도 쳐지지 말고, 1,2주는 뒤쳐져도 되요. 화학은 이론 몰라도 문제 푸는 방법만 알면 장땡입니다. 실수 안하고, 빠르게 풀 줄만 알면 이론 잘하는 사람보다 점수가 훨씬 잘 나옵니다. 여기에 자기만의 풀이법 등을 만들면서 풀이과정을 간략화 시킬 줄 알면 정말 좋습니다.
 여하튼 저는 이 시기에 이론에 충실하면서 첫 해에 제가 놓쳤던 부분들, 그리고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해 많은 보강을 했습니다. 득음했다고나 할까요. 이론적인 의문이 없어진 저는 4월 중순부터 기출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물리, 유기, 일반화학, 생물을 피트 회 차 별로 다 풀고, 물리랑 일반화학은 미트도 다 풀었습니다. 물론 시간 정해놓고 긴장감 속에서 풀었고, 아는 문제라도 처음 푸는 문제라는 느낌으로 이건 되고 이건 안되고 이 문제에 어떤 함정이 있고 내가 이걸 처음 봤다면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접근했을까를 다 따지면서 풀었습니다. 생물 같은 경우는 풀고 나서 연관된 내용들은 다시 다 정리해보고 외웠습니다. 이 기출문제 풀이는 8월 시험치기 전까지 계속 풀었습니다. 물리, 화학 같은 경우는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연습을 하는데 정말 좋은 게 기출문제 풀이입니다. 매주 한 회씩 풀었네요. 결국 한 세 바퀴 반정도 풀었지 싶습니다.
 
5-6 월
 꽃피는 봄입니다. 창 밖에는 예쁜 여자를 비롯한 선남선녀들이 보이고 정신적, 체력적으로 많이 지칩니다. 특히 타향살이 하시는 분들은 꼭 비타민이나 단백질 잘 챙겨 드시구요… 고기 먹을 일이 없으면 단백질 보충제도 전 추천합니다. 가격대비 아미노산 효율이 참 좋은 것 같아요 하하. (항체 형성에 큰 기여를 해줄 겁니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힘들다고 호소하면 끝나고 집에 갈 때나 밥 먹을 때 대화합시다. 계획된 공부시간에 대화를 하다간 흐름이 깨져요. 정신적인 의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서로 되어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공부량이 줄어들면 안 되겠죠.
 좀 역설적이지만 사실 전 이시기에 일부러 슬럼프를 가졌습니다. 8개월동안 쉬지 않고 공부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5월에 주춤하고 다시 6,7,8에 비상하자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죠. 피트준비기간 동안은 취미를 다 없앴습니다. 음악 듣는 것 정도? 남겼습니다. 피트 공부하는 동안에는 절대 생각이나 고민해야 되는 취미는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뭐 게임이나 농구 같은 스포츠류, 아니면 연애??? 연애는 논외로 하고, (이성친구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안 되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압니다. 정서불안 등으로.. 저도 좀 그런 적 있었고.. 특히 타향살이하면 이성친구 정말 도움될 때 많죠) 전 호기심이 많아서 찾아보는 것 좋아하는데 그런 것도 다 끊었습니다. 심지어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와도 일부러 안 찾았습니다. (저 영어 정말 좋아합니다.) 뉴스 같은 것도 일부러 안 봤습니다. 너무 감정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세월호 같은 기사라도 뜨면 정말 학원이 난리가 납니다. 저의 멘탈도 박살 났구요. 나도 그 얘기를 들으면 너무 화나는데 하루에도 네 다섯 번씩 그 화제로 이야기를 듣거나 하게 되니 공부에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눈과 귀를 막는 게 좋습니다. 심지어 스토리 있는 드라마도 안 봤습니다. 매주 봐야 되니까요. 그냥 스토리 없는 단발성 20, 30분 짜리 시스콤 이런 게 좋습니다. 전 시험기간 동안 영화를 보면 너무 불안했습니다. 시간을 갖다 버리는 것 같아서.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스트레스의 배출구는 존재해야 합니다. 자신의 고유한 무언가가 있을 거란 말이죠. 저와는 또 다른. 단지 그게 너무 의존적이게 되고 소요 시간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래저래 5월은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소모 되었습니다. 사실 이때부터 모의고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이번부터는 6월부터 모의고사를 친다더군요. 그래서 페이스가 좀 말리고 짜증도 나고 사람관계도 어렵고 해서 한 달이 어영부영 지나갔습니다. 생물은 단원별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 단원에서는 어떤 문제가 나와도 다 맞추겠다는 심정으로 정말 꼼꼼하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양이 많은 단원들은 전략적으로 배제해버렸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을 물으면 그건 무조건 맞추지만 지협적이거나 어려워서 남들도 틀릴 것 같은 내용은 과감히 버렸습니다. 중요하고 기본적인 내용을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5월에 다른 교수님 강의를 2배속으로 쭉 듣는 것도 전 매우 추천합니다. 왜냐면 교수님이 겹쳐서 강조하는 부분은 정말 중요하고 기본적이라는 것이겠죠?) 그리고 생물은 영문판 위키디피아와 네이버 두산백과가 매우 유용합니다. 많이들 이용하세요. 영문 위키 짱짱. 신기한 사실은 제가 이 시기에 일반화학은 딱히 공부를 안 했다는 겁니다. 여기저기서 문제를 구해서 조금씩 풀기는 했는데 딱히 따로 강의를 듣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이때 일반화학의 패턴이 보였달까요. 어느 수준 이상의 지식은 요구하지 않는 선에서 빠르고 정확하게만 풀면 매번 96,7 퍼센트 백분위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즉, 암기해야 할 이론의 양이 적다는 거죠. 특정 이론만 완벽히 탑재되어있으면 문제 푸는 연습만 계속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저도 시험에서 98.4퍼센트 나왔구요.
 
 어쨌든 5,6 월은 문제 푸는 시기입니다. 문제는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습이 두 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복습 안 하시면 머리에 남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재수생들은 문제 풀면서 그게 복습하는 느낌이니 절대 옆 사람 복습 안 한다고 자기도 안 하시면 안됩니다!!
 
7-8월
 모의고사의 시즌이죠. 6월부터해서 모의고사를 치고 있을 시깁니다. 전 다른 학원 모의고사도 쳐볼 것을 권유합니다. 한 학원의 모의고사만 치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해야되나 편협한 스타일의 문제만 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의고사는 치고 재수생이라면 풀이를 꼼꼼히 하시구요. 하지만 초시시면 모의고사 풀이도 약간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거 하다가 본 진도가 밀리니까요. 그냥 고의접어서 모셔두세요. 실수한 것 체크 정도만? 백분위 뜨면 아하 그렇구나 하고 내 할 일 하면 됩니다. 아셔야 할건 50퍼센트에서 90퍼센트까지는 4,5 문제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겁니다. 한 문제 맞출 때마다 십 몇 프로씩 팍팍 뛴다는 거죠. 그러니 너무 좌절하지 맙시다. 우리에게 아직 희망은 있어요.
 
 또, 모의고사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 시험시간이 9시면 6시에 일어났습니다. 뭐, 뇌가 세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활성화가 된다나요. 그래서 한 시간 정도 일찍 가서 물리 유기 화학 순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워밍업 하는 과정입니다. 이때도 기출문제 뽑아가서 슥슥 풀면 기분 좋습니다. 쉽게 풀릴뿐더러 공식 같은 거 다시 상기시키는 거죠. 밥이랑 옷도 시험날 칠 그 상황이랑 똑같이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변수가 나오면 안되니까 웬만하면 먹는 거 입는 거 다 통제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좀 오버이긴 한데 시험 전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코 관리 받았습니다. 코 막힌 거 뚫고 약 먹고. 전 화학이나 물리 푸는데 그게 그렇게 거슬렸습니다. 코 7번 이상 푼 날은 점수가 안 좋았으니까요. 저처럼 예민한 분들은 할 수 있는데 까지 변수 통제하는 게 좋습니다. 이걸 억제할 수 있는 변수였는데 내가 게을러서 통제 안 했다고 생각하면 전 너무 화가 나서 미리 다 통제했습니다. 겨울철에 얇게 입어서 감기, 여름에 에어컨 바람 맞아서 감기. 이런 건 스스로에게 너무 한심해서 겨울은 항상 따뜻하게, 여름엔 항상 모자를 써서 에어컨을 막았습니다. 당일 날 생기는 소음이나 뭐 그런 변수는 천재지변처럼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별로 안 거슬렸습니다.
 
시험 직전 2주 정도는 뭐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학원 모의고사도 마지막으로 있었고, 그냥 평화로운 마음으로 복습하면서 때를 기다렸습니다. 사실 모의고사 때는 전과목 98,99 퍼센트를 받은 적이 있어서 평소처럼만 하자고 다짐하면서 시험 치러 갔던 것 같습니다. 일반화학은 기출문제를 시간 정해놓고 풀고, 유기는 평소에 항상 헷갈리는 것 다시 보고, 물리도 헷갈렸던 문제나 이론 다시 보고, 생물은 왠지 나올 것 같은 부분 자세히 보고 백지에 계속 적어보고 이랬었습니다. 한 가지 조언이라고 하자면, 초시생 여러분은 파이널을 안 듣고 정리- 그래도 유기는 들어야 합니다. 딱히 더 어렵지도 않고 감각이 제일 중요한 과목이라-할 수도 있는데, 재수생 여러분들께서는 무조건 파이널을 듣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지식은 들어있는데 이 감이라는 게 직전까지 안 떨어뜨리려면 파이널을 들어서 전문가의 과목별 마인드를 전수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 7,8월에는 그냥 걱정, 고민하지 말고 ‘약간’ 적자 나더라도 맛있는 거 드세요. 멘탈 관리가 제일 중요합니다
 
-전반적으로
 위에 미처 다 적지는 못 했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성문제도 있었고, 금전적인 문제, 건강문제, 대인관계 문제 등이 있었고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과정이니 당신도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사실 삭발도 한 적이 있는데 덕분에 우울증 걸릴 뻔했습니다. 절대 하지 마세요. 머리는 남자의 자존심이자 어떤 근원 같은 역할을 하나 봅니다. 불면증은 그냥 잠 안 오면 책 펴서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지치면 자고, 깨면 공부하고. 그런 일상의 반복. 결국 정해진 시간을 정해놓고 일어나고 자진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모의고사 일주일 전부터는 밤을 새더라도 생체주기를 맞춰놔야 합니다. 우울증 약은 뭐 반 알 정도 먹어봤는데 굳이 먹고 나면 안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안 먹었습니다. 이러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스트레스 배출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 4월까지는 매일 운동하고, 5월부터는 주 3회, 8월에는 주 4회씩 운동했습니다. 사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의자에 오래 못 앉아있는 체질이었거든요. 한 시간 반쯤 하면 20분 누워있고.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모의고사 치면 쉬는 시간 십 분마다 바닥에 돗자리 펴서 누워있고. 시험 당일 날도 복도에 누워있으니 감독관님께서 양호실로 옮기려 하시더군요. 하지만 쉬는 시간은 짧고 할 것은 많았기에 그냥 복도에 있었습니다. 재수하시는 분들은 저 본 분도 계시겠네요 부산에서.^^;;.
 
이렇게 쓰고 보니까 참 기네요. 개인적인 이야기 횡설수설한 것 같은데 여기까지 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부디 여러분의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저도 앞선 합격생분들이 적어놓은 것 보고 취사선택해서 저한테 적용했었거든요. 2016 입시를 준비하시는 여러분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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